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아요 외고 다니는 고2인데요공부를 어느날 갑자기 다 그만두고 그냥 멍하게 있는
외고 다니는 고2인데요공부를 어느날 갑자기 다 그만두고 그냥 멍하게 있는 것 같아요1학년때도 그닥 잘했진 않은데 나라는 모자란 인간에게서 벗어나보려고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남들보단 안했을지 몰라도 저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점점 갈수록 멍청해지는데 친구들은 갈수록 빛나고 똑똑한 것 같아요제가 걔네만큼 간절하지 않은건 아닌데 제가 걔네보다 많이 못났나봐요부모님은 평범하게 잘 낳아주셨는데 태어난 뒤부터 제가 저를 학대했나봐요지금도 공부해야하는데 이런 글이나 쓰고있고 제가 너무 한심한데 아무것도 못하겠어요곧 고3인데 정신 차려야하는데 하고싶은것도 있는데다들 서울권 대학 가려고 열심히 하는데 저는 지방대나 알아보고 있고 선생님도 제 내신에 서울권은 못갈거라고 하셔요제가 수학을 중학생때 놔서 차라리 그나마 잘하던 영어를 내세우려고 외고 왔는데 여기 애들은 수학도 잘하고 국어도 잘하고 근데 체육 미술 이런 예체능도 빠짐없이 완벽해요 나만 하자있는 것 같아요그 애들은 제가 놀때부터 피터지게 노력해서 저렇게 빛나는거겠죠.... 아무리 노력해도 못 쫓아갈 애들인 것 같고 솔직히 아무나 서울권 가는거 아닐거고 저도 욕심은 버렸어요..공부가 인생에 전부가 아닌거 알지만 저 진짜 공부말곤 할줄 아는거 하나도 없어요.......... 뭐 사실 그나마 이렇게 말하는 공부도 이 따위인거 보면 그닥 뭘 내세울건 없나봐요 저 너무 나태하게 살았나봐요 제 장점이 뭔지 모르겠어요 자존감도 낮으니까 이딴 글이나 쓰고있고2학기때부턴 전학 못가는 걸로 알고있는데 일반고 가고 싶지도 않은데 외고에 있기도 싫고 자퇴하기는 더 싫고.........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사는 방식이 제 적성에 안맞나봐요 아니면 그냥 저 자체가 사회에 필요없는 것 같아요제 하는 꼬라지 보면 힘들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정작 힘들 애들은 공부 하루종일 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걔네보다 더 힘들다고 느껴요 저 진짜 쓰레기인가봐요이렇게 생겨먹었는데 어쩌겠어요 고민은 아니고 그냥 말할 곳이 없는데 너무 괴로워서 지식인이라도 써봤어요.....음침한 글 써서 죄송합니다
이 글에 적혀있는 걸 보면 스스로에게 모진 말을 할 정도로 잘못 살진 않았는걸요? 오히려 엄청 애쓰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고등학교라는 좁은 세계 안에서 “나는 여기서 제일 못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왜냐면 외고라는 특성상 거기 있는 애들 대부분이 중학교 때 최상위권으로만 불리던 애들이니까요. 그런 집단 안에 있으면 원래 누구든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고, 심지어 빛나는 애들 틈에 있으면 자기만 하자가 있는 것처럼 착각해요.
멍청해진 것도 아니고 못난 것도 아니고 그냥 환경에 치이고 지쳐 있는 거로 보여요.
어떤 애들은 지금 반짝이고 있지만 20대 중반쯤 꺼질 수도 있고, 질문자님처럼 느리고 답답하게 나아가는 것 같아 보여도 나중에 꽃 피우는 애들도 있어요. 대기만성이라고도 해요.
저는 질문자님보다 나이가 많지만 고등학교 때 공부는 그냥저냥 했고, 나중에 대학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 몰라서 방황 많이 했거든요. 그럼에도 지금은 좋아하는 일 찾아서 잘 먹고 나름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공부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요.”라고 했는데요.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으면 그거라도 붙잡고 있는 게 맞지만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질문자님이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버티시는 거예요.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 요즘. 서울대 출신 아니고, 심지어 좋은 대학 나와도 자기 길 못 찾는 사람 많음.
그 친구들도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으론 다들 불안하고 힘들어할 수 있고 잘난 모습만 보여주는 걸수도 있어요. 얘기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르지만요.
“지금 이 길이 나한테 안 맞나봐요.” → 맞아요. 외고라는 좁은 세계가 안 맞을 수 있어요. 근데 그것이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환경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봅니다
당장 공부를 잘하자는 압박 말고 하루 30분이라도 잔잔한음악듣거나 명상해보세요. 뇌가 멈춘 상태에서 억지로 공부하면 더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혹시 너무 힘들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안 쉬어질 정도라면 학교 상담실이나 청소년 상담전화(1388) 한 번 이용해보기.
지금 “내가 못나서 이렇게 된 거다”라고 스스로를 학대하는데 못난 게 아니라 그냥 너무 지쳤을 뿐이에요. 인생 절대 끝난 거 아니고, 이제부터 더 많은 기회가 올 거예요. 응원합니다